[에세이] 주기율표

주기율표 프리모 레비/돌베개 주기율표 프리모 레비/돌베개

-화학과 문학의 결합 책인데 – 이분의 화학이 빠진 글이 궁금하다. p35 당시 우리는 우리가 화학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각각의 기대와 희망은 달랐다. 엔리코는 매우 이성적으로 화학이 돈벌이와 안정된 생활을 위한 도구가 되기를 바랐다. 나는 전혀 다른 것을 원했다. 나에게 화학은 미래의 모든 가능성을 간직한 무한한 형태의 구름이었다. 이 구름은 내 미래를 반짝이는 불길에 찢어지는 검은 소용돌이로 에워쌌는데 마치 시나이산을 어둡게 둘러싼 구름과 비슷했다. 모세처럼 나도 그 구름 속에서 나의 율법이, 나의 내부와 나의 주변, 세계의 질서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p36 이게 뭔지 알 거야. 이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알고 싶지는 않다. 나는 가까운 길을 찾을 거야. 자물쇠를 여는 도구를 직접 만들 거야. 억지로라도 문을 열게. p64로 인해 우리가 지난 몇 주간 어렵게 풀어내는 법을 배워온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는 한 편의 시이며 우리가 중고교에서 소화해 온 그 어떤 시보다 고귀하고 경건하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주기율표는 압운까지도 들어맞는다! p68 그는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에게 비축된 힘을 바닥까지 소진하지 않았을 때는 하루를 낭비했다는 느낌을 갖는 듯했고, 오히려 힘을 모두 소진했을 때 눈빛에 더욱 생기가 돌았다. p73 그리고 길을 잘못 드는 사치도 스스로 허락하지 못하면 20살일 자격이 없다고도 했다. p74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계곡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의 얼빠진 얼굴을 보며 낄낄거리는 여관 주인의 물음에 멋진 소풍을 다녀왔다고 퉁명스럽게 대답하고는 계산을 했다. 그리고는 위엄 있게 그곳을 떠났다. 이게 바로 곰고기 맛이었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그것을 더 많이 먹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삶이 내게 준 모든 좋은 것들 중 어떤 것도 까마득한 옛날 일이긴 하지만 그 고기 맛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고기의 맛이란 강함과 자유의 맛, 실패도 할 수 있는, 자신의 운명의 주인이 되는 자유의 맛이다. 그래서 나는 산드로가 의식적으로 나를 고생과 여행 속으로, 겉모습만 우습게 보이는 여러 모험 속으로 이끌어 준 것에 정말 감사한다. 이 모든 것이 훗날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p92조교는 약간의 냉소가 섞인,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고, 행동하는 것보다 관조하는 것이 낫고, 인식할 수 없는 것의 문턱에 있는 자신의 천체물리학이 악취와 폭발, 시시콜콜한 비밀이 뒤섞인 내 화학보다 낫다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p93 실질적으로 같은 것, 유사한 것, 혹은 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것, 대용품, 미봉책은 믿지 말라는 것이다. 그 차이는 매우 작을지도 모르지만, 결과는 크게 다를 가능성이 있다. 마치 철로의 선로변환기처럼 말이다. 화학자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바로 그런 차이를 주의하고 그것을 제대로 알고 나서 결과를 예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화학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p118 나는 열쇠로 문을 하나 열었더니 많은 문들을, 아마 모든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p133 바다는 결코 쉬지 않는다는, 이 세상이 시작된 후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용기가 꺾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나는 해변으로 가는 길을 계속 동쪽으로 내려갔다. 바다가 나를 사로잡았고, 나는 그곳에서 눈을 뗄 수 없었기 때문이다. p141 우리의 일은 아마 수맥을 찾는 사람의 경우와 비슷할 것이다. 수맥을 찾는 사람은 무엇이 자신을 물이 있는 곳으로 인도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무언가가 있어 그를 이끌고 그의 손가락 사이에 있는 막대기를 비틀게 한다. p252 “고발할 생각입니까? 증명서가 필요합니까?” “아니요, 아니요. 말했잖아요. 그저 불쌍한 악마일 뿐이야. 저는 그 젊은이를 파멸시키고 싶지 않아요. 직업상으로도 세상은 넓고, 저마다 맞는 일이 있으니까. 그는 그 사실을 모르고 나는 알고 있는 거야. p262 나는 여자의 입술을 장식하게 될 아록산이 닭이나 뱀의 분비물에서 나온다는 사실에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화학자라는 직업은 불필요하거나 선천적으로 타고난 혐오감을 극복하라고, 아니 무시해버리라고 가르친다(내 경우 이는 아우슈비츠의 경험으로 더욱 견고해졌다). 재료는 재료일 뿐 귀중하지도 불쾌감을 주지도 않고 무한한 변형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그 처음 상태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p289이지만 나는 그가 부러웠다. 나는 상담 직원의 그물망에 얽혀 있고, 사회와 회사에 대한 의무, 또 그와 유사한 의무의 그물망에 갇혀 있어. 그러나 그는 벽을 허물고 과거의 주인이 되어 그것을 자신의 마음에 맞게 세우고 그 주위에서 영웅의 옷을 꿰매며 슈퍼맨처럼 과거를, 자오선을, 위도선을 넘나들 수 있는 사람의 자유, 무한한 창작의 자유를 갖고 있다. 나는 그런 그가 부러웠다. p292 그는 둔했지만 신뢰할 수 있는 확신이 있는 젊은이였다. 나는 경험을 통해 바로 이런 신뢰감이야말로 불변의 미덕이며 세월이 흐른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도 잃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믿을 수 있는 솔직한 얼굴, 확고한 시선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평생 그렇게 살아간다. 인상을 쓰고 징그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은 평생 그렇다. p340 작가들이 세상의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두 부류로 나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사람들이 처음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 두 부류는 바로 당신에게 귀 기울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레비는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p342 레비의 독특함 중 하나는 그가 화학자-작가라기보다는 예술가-화학자에 가깝다는 점이다 p345 그렇지만, 저는 수용소 이후 제 두 가지 일(화학과 글쓰기)이 제 인생에서 본질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고 지금도 그렇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p350 “두 영혼은 너무 많다”는 제 말은 반은 농담이지만, 나머지 반은 아주 진지한 사실을 – 화학과 문학의 결합 책인데 – 이분의 화학이 빠진 글이 궁금하다. p35 당시 우리는 우리가 화학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각각의 기대와 희망은 달랐다. 엔리코는 매우 이성적으로 화학이 돈벌이와 안정된 생활을 위한 도구가 되기를 바랐다. 나는 전혀 다른 것을 원했다. 나에게 화학은 미래의 모든 가능성을 간직한 무한한 형태의 구름이었다. 이 구름은 내 미래를 반짝이는 불길에 찢어지는 검은 소용돌이로 에워쌌는데 마치 시나이산을 어둡게 둘러싼 구름과 비슷했다. 모세처럼 나도 그 구름 속에서 나의 율법이, 나의 내부와 나의 주변, 세계의 질서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p36 이게 뭔지 알 거야. 이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알고 싶지는 않다. 나는 가까운 길을 찾을 거야. 자물쇠를 여는 도구를 직접 만들 거야. 억지로라도 문을 열게. “p64를 통해, 우리는 지난 몇 주 동안 힘들게 푸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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